블렌디드 러닝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필수적으로 고려할 요소들 — 블렌디드 러닝 가이드 3편

블렌디드 러닝 프로그램을 뼈대부터 구상하는 과정 중에 염두에 두어야 하는 기준 혹은 가이드 라인이 존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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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03, 2021
블렌디드 러닝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필수적으로 고려할 요소들 — 블렌디드 러닝 가이드 3편

지난 글에서 우리는 블렌디드 러닝의 수많은 가능성을 알아봤습니다. 그 핵심이 되는 네 가지 축들(기술, 시간적, 공간적, 교수법)을 기준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블렌디드 러닝의 모습이 대략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죠. 그러면 블렌디드 러닝 프로그램을 뼈대부터 구상하는 과정 중에 염두에 두어야 하는 기준 혹은 가이드 라인이 존재할까요?

이에 대해, Planning for a Blended Future는 세 가지 고려 사항을 제시합니다: 1) 학생중심 교수법, 2) 대면-비대면 환경의 통합, 3) 스캐폴딩을 이용한 학생 경험 설계가 바로 그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이 고려사항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학생중심 교수법 — A pedagogical shift: Pedagogies centered on the students

보고서는 학생중심 교수법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지금까지 종종 선생님은 ‘sage on the stage; 무대 위의 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교수자가 전달하는 정보를 충실히 받아 적고 익히는 것이 학생의 본분으로 받아들여졌죠.

하지만, Swenson과 Evans (2003)가 지적했듯, 블렌디드 러닝의 세계에 진입하면서 위와 같은 인식은 큰 도전을 받습니다. 학습 프로그램의 운영자와 교수자 모두 ‘정보 전달자’로서의 정체성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새로운 교수법의 패러다임은 이들에게 교실 속에서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면서도 그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것을 요구했습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주된 목표인 모형에서와는 달리, 블렌디드 러닝이 가속화한 새로운 교수법에서는

  • 학생들이 교육활동의 중심이 되고,

  • 학생들을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기계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세계관과 정보 체계를 조직해 나가는 능동적인 주체로 상정하며,

  • Dewey (1933), Piaget (1953), Vygotsky (1978)로 이어지는 교육/심리학자들이 꾸준히 주창해온 구성주의적 접근(Constructivist Approach)가 중심이 됩니다.

블렌디드 러닝 환경에서 학생들은 더 이상 교수자가 지배적인 교실 공간 속에서만 배움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학습자 개개인의 능동성이 중요해진 지금, Kaleta (2007) 등은 교수자의 역할과 교수법, 그리고 수업 설계의 측면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진단합니다. 이제 블렌디드 러닝을 구상할 때 학생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대면-비대면 환경의 전략적 통합 — Integration: Strategic alignment of learning objectives with the learning environment

블렌디드 러닝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머리가 아픈 딜레마가 있습니다:

“어떻게 학생들이 온오프라인 수업 방식 모두에 충실하게 참여하면서도, 과도한 과제 및 학습량 때문에 피로를 호소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대면 활동만 강조한다면? 학생들이 온라인 자료를 미리 시청하거나, 게시글과 덧글로 토론하는 활동에 자연스레 소홀해진 염려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온라인 학습에만 비중을 둔다면? 대면 수업시간에는 정작 지루함과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곯아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죠

이처럼, 대면 및 비대면 중 하나에만 치우친 방식의 수업을 설계할 경우, 애초에 블렌디드 러닝을 도입한 의미가 퇴색되기 무척 쉽습니다. 그렇다면, 대면 및 비대면 학습 활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 무엇을 하면 될까요? 온오프라인 활동 모두 ‘빡세게’ 운영을 하면 해결되는 문제일까요? 그렇지만은 않아보여요. ‘Course and half Syndrome; 1.5강의 (4.5학점) 신드롬’이라고도 불리는 (Kaleta et al. 2007) 이 경향성은 과도한 학습량으로 인해 상당수의 학습자들이 낙오되거나 번아웃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면-비대면 환경을 전략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블렌디드 프로그램의 설계자들은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1. 어떤 활동은 대면으로, 어떤 활동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2. 대면 환경과 비대면 환경에서 진행되는 각 활동들이 어떻게 상호연관 될 수 있게 할 것인가?

생물학 수업을 블렌디드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가장 먼저, 어떤 활동은 대면으로, 어떤 활동은 비대면으로 진행할지 결정해봐요!

  • 대면 활동: 다섯 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조별 연구 프로젝트 및 실험 실습

온라인 게시판에서 수 일 동안 조원들끼리 덧글로 실험 계획을 토의하게 하는 것은 교수자와 학생 입장에서 모두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것이에요. 이처럼, 활발한 논의와 여러 사람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활동은 대면 수업 시간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아 보여요

  • 비대면 활동: 기초 개념 설명 강의 시청, 읽기 자료 배부 및 내용 확인 퀴즈

기초적인 수준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굳이 실시간, 대면, 토론형 수업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여요. 학생들이 각자 편한 시간과 장소에서 비대면으로 녹화된 강의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교육적 효과를 보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읽기 과제 및 단순한 확인 퀴즈 또한 온라인 환경에서 각자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어요.

방금 우리는 각 활동들이 대면으로 진행될지, 혹은 비대면으로 진행될지 결정했습니다. 이제는 각 환경에서 진행되는 활동들을 어떻게 서로 연관시킬 것인지, 즉, 대면 환경과 비대면 환경의 루프를 어떻게 닫을 것인지-‘Closing the loop’-(Halverson & Graham, 2019) 고민해야 합니다. 이처럼 치열하고도 섬세한 프로그램 디자인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훌륭한 블렌디드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죠. 방금 사례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의 예시로는,

  • 비대면 강의 내용을 재확인할 수 있는 조별 실험 활동 및 기록지를 배부, 대면 수업에서 활용하게끔 지도하기

  • 대면 실험 활동 영상을 녹화해서, 각자 서로의 실험 방법 및 참여 방식에 대한 피드백을 비대면으로 준비해올 수 있도록 지도하기

등이 있습니다 😊

스캐폴딩을 이용한 학생 경험 설계: Scaffolded student experience

스캐폴딩(Scaffolding)은 건축 현장에서 사용하는 ‘비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담장을 넘어가고 싶지만 키가 작거나 아직 점프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적절한 스캐폴딩이 제공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노력하면서도 조금 더 수월하게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에요. 교육에서 스캐폴딩은 “개인이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에 주어지는 적절한 보조” (Wood, Bruner & Ross, 1976; West, Hannafin, Hill & Song, 2013, p.136)를 의미합니다.

블렌디드 러닝 과정에서 적절한 스캐폴딩은 두 가지로 구성됩니다:

1) 수업을 세부 단위(모듈 및 청크)로 나눠서 정립하는 것

블렌디드 러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어떤 지점에서, 어떤 어려움을, 어떤 정도로 겪을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아가, 이런 고려를 기반으로 적절한 수업 코스를 구상해야 하죠. 이 과정이 없다면, 교수자의 기대와 학생들의 현실이 지나치게 괴리되어 만족스러운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이를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업을 세부 단위로 나누는 것입니다. 조금 더 예측하고 관리하기 편한 단위들의 집합체로서 수업을 이해한다면, 전반적으로 필요한 노력과 시간을 예측하는 것 또한 용이해지기 때문이죠. 이미 교육과정 상에서 선생님들은 대단원, 소단원, 수업주차 및 차시 별로 나눠서 수업을 계획하고 관리하고 있어요. 이런 지점들을 블렌디드 러닝 프로그램을 설계때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2) 학생들과의 소통 방식 및 양상

좋은 운영 계획을 구상했어도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에요. 블렌디드 러닝의 중심은 결국 학생이고, 이들 개개인의 차이를 인지하고 수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운영 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교수자 및 운영자와의 소통은 학생이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자기 학습을 조절하고 적절한 페이스에 맞춰 수강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꾸준한 피드백과 함께 세밀하게 공지되는 평가 일정 등의 요소들은 긴장의 끈이 풀리지 않도록 잘 견인하는 역할도 수행하죠.

고민하고 노력하는 만큼 만개하는 블렌디드 러닝

사실, 진정한 블렌디드 러닝을 구현하기 위해서 투여해야 하는 노력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오늘 함께 다뤘던 세 가지 고려사항들의 예를 들어 살펴볼까요?

학생 중심 교수법을 선택하는 대신, 교수자 중심 교수법을 택하는 것이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더 편할 것입니다. 오랜 시간 교육은 교수자 중심의 교수법으로 이루어졌고 모두가 익숙한 방법이니까요.

대면-비대면 환경을 전략적으로 통합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과제가 막중해도 소화할 학생들은 알아서 잘하기 때문이에요.

적절한 스캐폴딩을 설계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사실 품이 많이 듭니다. 상대평가 체제 하에서 스캐폴딩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변별력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도 있어 평가가 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교육자, 운영자, 교수자들은 자진해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여부를 따지는 것을 넘어,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방법을 택하는 분들이시죠.


시리즈 소개

Planning for a Blended Future: A Research-Driven Guide for Educators

DETA (The National Research Center for Distance Education and Technological Advancements; 미국 원격 교육 및 기술 발전 연구소), OLC (Online Learning Consortium; 온라인 학습 컨소시엄), Every Learner (Every Learner Everywhere; 에브리러너 에브리웨어)는 힘을 합쳐 블렌디드 러닝 가이드 북을 제작했습니다.

“Planning for a Blended Future: A Research-Driven Guide for Educators”는 연구 기반의 실용적인 가이드북으로, 다양한 교육기관 종사자들과 연구자들이 블렌디드 러닝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제작되었습니다. 클라썸에서는 영문으로 쓰인 가이드북을 읽기 쉽게 번역하고 정리해 시리즈별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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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썸은 KAIST, 경희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인천광역시교육청, 삼성전자, 시세이도, 월드비전 등 이용 중인 강의별 소통 플랫폼입니다. 클라썸이 궁금하다면?👉 www.classum.com


Source

Swenson, P. W., & Evans, M. (2003). Hybrid courses as learning communities. In S. Reisman (Ed.), Electronic Learning Communities Issues and Practices (pp. 27–72). Information Age Publishing.

Kaleta, R., Skibba, K. A., & Joosten, T. (2007). Discovering, designing, and delivering hybrid courses. In A. Picciano & C. Dziuban (Eds.), Blended learning: Research perspectives (pp. 111–144). The Sloan Consortium.

Manwaring, K. C., Larsen, R., Graham, C. R., Henrie, C. R., & Halverson, L. R. (2017). Investigating student engagement in blended learning settings using experience sampling and structural equation modeling. The Internet and Higher Education, 35, 21–33. doi:10.1016/j.iheduc.2017.06.002

D., Bruner, J. S., & Ross, G. (1976). The role of tutoring in problem solving.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17(2), 89–100. https://doi.org/10.1111/j.1469-7610.1976.tb00381.x

West, R. E., Hannafin, M. J., Hill, J. R., & Song, L. (2013). Cognitive perspectives on online learning environments. Routledge.

Joosten, T., Weber, N., Baker, M., Schletzbaum, A., & McGuire, A. (2021). Planning for a Blended Future: A Research-Driven Guide for Educators. [Report] Every Learner Everywhere Network. Retrieved from: https://www.everylearnereverywhere.org/re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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